하이에크가 말했다고 알려진 경구(警句)다. 모든 선의(善意)가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11차례나 발의됐지만, 찬반양론이 대립한다. 지금도 4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차별금지’라는 말은 매혹적이다.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라는 주장도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 등 일부 국제인권기구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의 주장처럼, 차별금지법을 유엔 전체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 사실을 다소 왜곡한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꾸준히 벌어지는 대척점(對蹠點)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인사들이 있다. 차별을 없애고 평등을 지향하는 겉 포장은 훌륭하지만, 법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를 근본부터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핫이슈가 아니기에 대중적 관심으로부터 비켜나 있지만, 차별금지법이 몰고 올 파장은 어마어마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논란의 핵 ‘性的 지향’
길원평 교수는 2018년 7월 법무부 앞에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 폐지 요구 시위를 하면서 삭발했다. |
― 차별금지법 제정 얘기가 처음 나온 때가 2006년이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에 입법 권고를 했는데, 그때 입법 취지는 뭐였습니까.
“차별하지 말자, 성별, 인종, 피부색, 종교 등 모든 사유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죠. 겉은 참 멋있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독소조항(毒素條項)이 있었습니다.”
― 어떤 조항입니까.
“성적 지향(性的志向)에 관한 내용입니다. 법을 만든 3년 남짓 공들여 준비했다고 그래요. 2007년도 10월에 입법 예고했을 때 그 안에 성적 지향[동성애(同性愛) 등]이 들어 있어서 제가 항의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사회적 논란이 생겼죠. 그래서 정부가 성적 지향을 빼고 국회로 넘겼는데, 그때는 동성애 단체가 성적 지향이 빠진 것에 반대했습니다. 입법 찬성 측이나 반대하는 쪽이 다 통과를 원하지 않으니까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면서 법안도 자연스럽게 폐기가 됐습니다.”
同性愛는 자유, 그러나…
길 교수가 처음 이 운동에 뛰어든 것은 2006년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뉴스를 우연히 접했는데, 성적 지향(동성애 등)이 포함된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동료 교수 250명 정도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법무부에 보냈다. 2007년 10월, 여전히 성적 지향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이 입법 예고가 돼, 이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2년에는 ‘바른 성문화(性文化)를 위한 국민연합’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을 때 실무를 책임졌다. 2017년에는 헌법에 동성애 차별금지와 동성 결혼 합법화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20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남자와 여자 이외에 제3의 성(性)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차별금지법안을 당론(黨論)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여러 단체를 모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현재는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 연합(진평연)’이라는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500여 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거대 조직이다.